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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빌 게이츠가 극찬한 벤처 모뉴엘의 몰락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정한 벤처기업 모뉴엘의 느닷없는 법정관리 신청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영자는 사라졌고, 진상은 안갯속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종업원, 벤처업계, 관련 자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만 대혼란에 빠졌다. 국민들은 모뉴엘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궁금해하지만 누구 하나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모뉴엘은 2004년 아하닉스로 출범해 2007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스피커 기능을 강화한 홈시어터PC, 물걸레 기능을 합친 로봇청소기 등이 주력 제품이다. 세계가전박람회에서 게이츠 회장이 홈시어터PC를 창의적 제품으로 극찬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모뉴엘을 ‘히든 챔피언’으로 선정해 각종 금융혜택을 부여했다. 모뉴엘의 재무제표에는 5년 만에 17배나 커져 지난해 매출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기록했다고 쓰여 있다.

몰락 경위는 명확하지 않다.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기 어렵게 됐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관세청에 따르면 모뉴엘은 현지 수입업체와 짜고 수출서류를 조작한 뒤 무역보험공사에 제출해 보증서를 받고, 이를 기반으로 은행에서 부당대출을 받았다. 한마디로 회계조작이 계속돼 왔고, 한계에 몰린 셈이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금융권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모뉴엘에 대출한 돈은 6768억원이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서고, 기업·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에 대출이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벤처신화에 목매는 정부를 의식해 여신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이 모뉴엘의 회계장부를 미심쩍게 여겨 대출을 회수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신 심사만 제대로 했어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채권을 매입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과 채권을 보증해 준 무역보험공사가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행태도 볼썽사납다. 

모뉴엘의 몰락은 70조원에 달하는 수출금융 체계의 문제점과 벤처 육성과 관련한 금융의 중요성을 재삼 일깨운다. 모뉴엘의 실적이 실제와 딴판이라면 은행들은 모뉴엘의 허명에 놀아난 꼴이 된다. 정부의 벤처 육성 분위기에 맞물려 실적만 강조하는 금융지원이 부실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술벤처를 내팽개쳐서도 안되겠지만 정권의 분위기에 눌려 무조건 퍼주는 것 또한 배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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